다가오는 슈퍼볼은 2년 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치프스가 이글스를 38-35로 꺾었던 경기의 재대결입니다. 오늘 일요일 동부시간 저녁 6:30분 입니다. 역대 급 매치업으로 평가받는 이번 슈퍼볼은 NFL 최초의 3연패에 도전하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2년 전 패배를 갚겠다는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리턴매치로 성사됐습니다.
베팅 업계와 NFL 전문가들의 예측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 전력상으로는 이글스가 더 우세하단 평가가 나오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치프스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베팅 업계 역시 치프스가 1.5점 차이로 유리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의 차이는 결국 치프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9)라는 변수 때문이다. NFL 최고의 쿼터백인 마홈스의 존재감이 팀 전력의 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한 NFL 수비코디네이터는 “마홈스가 공을 빨리 던져내면서 스크램블을 최소화한다면 치프스가 유리하다”면서 “치프스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필라델피아의 패스러시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글스의 강점은 단연 세이콴 바클리를 앞세운 러닝게임이다. 바클리는 정규시즌 러싱 기록 2,005야드를 달성했고,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442야드를 추가했다. 터렐 데이비스가 보유한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합산 러싱야드 기록 경신까지 30야드를 남겨두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마이크 산도가 인터뷰한 한 NFL 공격코디네이터는 “완벽한 50대 50 게임”이라면서도 “양 팀 모두 수비가 좋고 공격도 좋다. 하지만 쿼터백의 수준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는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더 링거(The Ringer)의 NFL 전문기자들도 대체로 치프스의 우세를 점쳤다. 노라 프린시오티 기자는 “마홈스가 4쿼터에서 두 번의 중요한 4번째 다운을 스크램블로 성공시키며 치프스가 27대 24로 승리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예측했다. 스티븐 루이즈 기자 역시 “메이저 경기에서 마홈스를 상대로 승리를 예측하는 실수는 하지 않겠다”며 치프스의 23대 17 승리를 전망했다.
반면 셰일 카파디아 기자는 “마홈스를 상대로 승리를 예측하는 게 불편하지만, 이글스가 바클리의 강력한 러싱으로 경기를 지배할 것”이라며 “24대 21 이글스의 승리”를 점치는 소수의견을 냈다.
개인 기록의 향방도 흥미롭다. 마홈스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29세의 나이로 슈퍼볼 4회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테리 브래드쇼, 조 몬태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NFL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이 기록을 세우게 되는 셈이다. 비록 톰 브래디의 7회 우승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마홈스의 연령을 고려하면 이 기록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평가다. 흥미롭게도 브래디는 이번 경기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나서 마홈스의 도전을 직접 지켜보게 된다.
허츠 역시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 NFC 챔피언십 게임에서 플레이오프 쿼터백 러싱 터치다운 최다 기록(9회)을 세웠다. 또한 한 경기 3개의 러싱 터치다운을 기록한 쿼터백으로는 NFL 플레이오프 역사상 세 번째, 그중 두 번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다.
양 팀의 사령탑 대결도 흥미롭다. 치프스의 앤디 리드 감독(66)은 이번이 6번째 슈퍼볼 도전이다. 이미 3개의 슈퍼볼 우승 반지를 보유한 그는 빌 벨리칙(6회), 척 놀(4회)에 이어 역대 최다 우승 감독이 될 수 있다. 리드 감독은 흥미롭게도 2013년 이전까지 14년간 이글스의 감독을 지냈다.
이글스의 닉 시리아니 감독(43)은 부임 4년 만에 두 번째 슈퍼볼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허츠와 함께 이글스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슈퍼볼에 진출한 감독-쿼터백 듀오가 됐다.
이번 슈퍼볼의 하프타임 쇼는 22개의 그래미상을 보유한 래퍼 켄드릭 라마가 장식한다. 라마는 지난 4일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해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여기에 R&B 가수 스자(SZA)도 특별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치프스의 트래비스 켈시와 교제 중인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참석 여부도 화제다. 스위프트는 도쿄에서 진행 중인 ‘디 이라스 투어’를 마치고 슈퍼볼 참석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프트와 정치적 적대 관계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슈퍼볼 참석이 예정돼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질지도 흥미롭다.
양 팀의 역대 전적은 치프스가 6승 5패로 근소하게 앞서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2023년 슈퍼볼에서 치프스가 38대 35로 승리한 것이 유일한 맞대결이다. 당시 경기는 4쿼터 종료 8초를 남기고 터진 해리슨 버트커의 27야드 필드골로 승부가 갈렸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두 팀의 이번 대결은 NFL 역사상 최초의 3연패 도전과 설욕이라는 극적인 서사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