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인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민 1세대가 정착한 이후 그 자녀와 손주 세대가 성장하며 재미동포 사회는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우려되는 현실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과 재미동포 사회를 연결해 온 문화적·정서적 유대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민 1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한인사회의 전통적인 구심점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각 지역의 한인회를 살펴보아도 1.5세와 2세, 그리고 3세들의 참여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젊은 세대는 자연스럽게 미국 주류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으며, 한인사회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의 한인회장 취임식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관계자들이 방문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히 지역 한인사회 내부의 갈등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의 연장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문의 의미는 훨씬 더 크고 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미주총연이 고민하는 것은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이해관계가 아닙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미주 한인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정보화 시대를 지나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지금, 미주총연은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재미한국인들의 역량과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화하는 것입니다.
한인 인구 규모는 물론 정치 참여 현황, 경제력, 소비 규모, 자영업 현황, 전문직 종사자 수, 차세대 리더 현황 등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한 통계 자료가 아닙니다. 이는 미국 주류사회에 한인사회의 존재감과 기여도를 알리고, 정당한 권리와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 사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정책도 모두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결정됩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규모와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체계적인 데이터와 정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한인사회는 미국 사회 속에서 더욱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주총연은 정보기술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법률가, 기업인, 교육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발굴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번 취임식에 많은 분들이 참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지역과 세대, 그리고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보다 큰 비전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주 한인사회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미국에 살아가는 재미동포 사회는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합이 필요합니다. 작은 갈등과 이해관계에 얽매여 서로를 비난하고 분열한다면 한인사회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논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공동의 비전입니다.
미주 한인사회가 가진 인적 자원과 경험, 경제력, 그리고 차세대들의 잠재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제 그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미주총연이라는 공동체 아래에서 각 지역 한인회와 동포사회가 협력하고, 후손들을 위한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가 추진하는 데이터 기반의 정보화 사업과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단순히 현재를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도 미국 사회 속에서 한인 후손들이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백년대계의 초석입니다.
미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얼마나 지혜롭게 협력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주 한인사회의 다음 세기가 결정될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