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에서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햄톤로드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은 한인사회 역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보건부(VDH)와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교(VCU)가 지난해 11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오피오이드 위기로 인해 버지니아 주민들이 부담한 사회적 비용은 약 52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주민 1인당 평균 593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보고서는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이 의료비 증가, 노동력 상실, 아동 보호 서비스 비용, 형사사법 시스템 부담 등으로 이어지며, 장기간에 걸쳐 주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오피오이드 사망은 10여 년 넘게 버지니아에서 가장 큰 비자연사 원인으로 꼽혀 왔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버지니아의 전체 약물 관련 사망자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7% 감소했습니다. 2022년 2,622명이던 사망자 수는 2024년 최종 집계 기준 1,403명으로 줄었습니다.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 역시 2021년 정점 대비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5년에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 날록손(Naloxone) 보급 확대와 종합적 피해 감소 프로그램의 효과를 꼽고 있습니다. VCU 공중보건대학의 데릭 채프먼 교수는 “이 문제는 중독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생산 인구를 지키는 것은 지역 사회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햄톤로드 지역 7개 주요 도시에서만 2023년 오피오이드 위기로 인한 비용이 약 12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주민 1인당 부담액은 평균 912달러로, 버지니아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지역에는 다수의 한인 가정과 자영업자,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어 그 영향이 간접적으로 한인사회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보건 당국은 한인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햄톤 및 페닌슐라 보건국 관계자는 “중독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과다복용 징후를 인식하며 날록손 사용법을 아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25년 1월 이후 햄톤 지역에서는 약 1,400개, 뉴포트뉴스에서는 2,300개 이상의 날록손 키트가 무료로 배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망자 감소에 안도하며 대응을 늦출 경우, 위기는 언제든 재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교회, 한인 단체, 부모 모임 등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 인식 개선 활동이 지역 사회 회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오피오이드 위기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타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은 이미 우리 모두의 삶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인사회 역시 예방과 연대의 주체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에서 추출하거나 인공적으로 합성한 마약성 진통제로, 강력한 통증 완화 효과가 있지만 중독성이 매우 강해 남용 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약물군을 뜻합니다. 모르핀, 코데인 등이 대표적이며, 옥시코돈, 펜타닐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