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그동안 치료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전이성 췌장암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승인했습니다.
이번 신약은 췌장암 환자의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RAS 변이를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로,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치료보다 환자의 생존 기간을 크게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이성 췌장암 생존기간 13.2개월
FDA는 26일 미국 바이오기업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이 개발한 라손크(성분명 다락손라십, daraxonrasib)를 전이성 췌장선암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대상은 이전에 최소 한 차례 전신 항암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 또는 여러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입니다.
약은 하루 한 번 150mg 두 정을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제입니다.
500명의 전이성 췌장암 환자가 참여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다락손라십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중앙 생존기간은 13.2개월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화학항암제 치료군의 중앙 생존기간은 6.7개월이었습니다.
암의 진행을 억제한 기간 역시 다락손라십 치료군은 7.2개월, 기존 치료군은 3.6개월로 약 2배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공략하기 어려운’ RAS
이번 신약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RAS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췌장선암 환자의 약 90% 이상에서는 RAS 계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상적인 RAS 단백질은 세포에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이 스위치가 계속 켜진 상태처럼 작동하면서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합니다.
RAS는 오랫동안 약물로 직접 공략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암 단백질로 꼽혀 왔습니다. 단백질 표면이 매끄러워 약물이 결합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여러 종류의 RAS 변이 겨냥
라손크는 특정 RAS 변이 하나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활성화된 RAS를 폭넓게 겨냥하도록 개발된 치료제입니다.
FDA는 이번 승인을 췌장암에서 새로운 계열의 RAS 표적 치료제가 등장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전이성 췌장암은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대표적인 난치암이었습니다.
특히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 당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고, 기존 항암치료에도 반응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완치 치료제는 아니야
다만 이번 신약이 췌장암을 완전히 치료하는 약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은 중요한 성과지만, 치료 과정에서 암이 다시 진행된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발진, 설사, 구내염, 메스꺼움, 피로 등이 보고됐습니다.
또 미국에서 발표된 약가는 월 3만9,800달러, 1년 기준 약 47만8,000달러에 달해 실제 환자의 보험 적용 및 본인 부담금 역시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입니다.

대장암·폐암 치료에도 가능성
이번 승인은 췌장암뿐 아니라 다른 암 치료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RAS 변이는 췌장암뿐 아니라 **대장암의 약 절반, 비소세포폐암의 약 30%**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발사인 레볼루션 메디슨은 현재 다른 RAS 관련 암을 대상으로도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신약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앞으로 RAS 변이를 가진 다양한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표적치료제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FDA 승인은 수십 년 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RAS를 직접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췌장암 치료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