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세계 대중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그러나 202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그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K팝 아티스트 또는 K팝 시스템에서 출발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처음으로 그래미 주요 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히트곡 ‘APT.’로 올해 레코드 오브 더 이어 후보에 오르며, K팝 아티스트 최초로 해당 부문 후보가 됐다.

송 오브 더 이어 부문에서도 K팝 관련 작품이 처음으로 후보에 포함됐다. 로제의 ‘APT.’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가상의 걸그룹 HUNTR/X가 부른 ‘Golden’과 경쟁한다. 이 곡은 Ejae,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참여했다.
또한 하이브가 기획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캣츠아이는 K팝 아이돌 시스템을 기반으로 탄생했지만, 글로벌 멤버 구성과 영어 중심 음악으로 서구 시장을 겨냥해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후보 선정이 과연 ‘K팝의 역사적 순간’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애리조나주립대 한국학 교수 정아름 박사는 “이번 후보들은 전통적인 K팝이라기보다 탈영토화된 하이브리드 K팝에 가깝다”며 “서구 시장을 염두에 둔 글로벌 팝 음악으로 보는 시각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카네기멜런대 한국학 연구자 마티외 베르비기에 교수는 “이제 K팝은 더 이상 틈새 장르가 아니라, 글로벌 팝 음악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후보 선정의 배경으로 영어 가사 비중 확대, 글로벌 플랫폼과의 결합, 그리고 미국 대중음악 시장의 신곡 경쟁력 약화를 꼽는다. 음악 저널리스트 타마르 허먼은 “2025년 미국 팝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점도 K팝이 주목받는 배경”이라며 “이는 K팝의 질적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문화 흐름의 변화”라고 말했다.
그래미 최초의 K팝 수상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제 문제는 언제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많이 수상하느냐의 문제”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는 오는 2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