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채용 시장에서 직함보다 개인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구직자들이 이력서에 기재한 기술이 실제 기업이 원하는 핵심 역량과 맞지 않으면서 이른바 기술 불일치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와튼스쿨 인공지능 및 데이터 분석 부학장인 에릭 브래들로우 교수는 기업들이 더 이상 포괄적인 직무 명칭이나 일반적인 역량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해 기존의 직무 구분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노동시장은 직무 중심에서 기술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구직자들이 이력서에 소통 능력, 리더십, 팀워크,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일반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러한 역량은 이미 대부분의 지원자가 갖추고 있다고 전제되는 요소가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이러한 포괄적 표현보다는 실제 업무 수행에 바로 활용 가능한 전문 기술과 실행 중심의 역량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와튼스쿨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와 협력해 수백만 건의 채용 공고와 근로자 프로필을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기술과 구직자가 강조하는 기술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브래들로우 교수는 이를 기술 불일치 경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구직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구체적인 기술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이나 관리 경험을 언급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모두가 동일하게 기재하는 표현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대신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 실제 프로젝트 경험, 기술적 숙련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채용에 더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평생 학습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브래들로우 교수는 특정 직무는 사라질 수 있지만 기술을 가진 사람은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고객 지원이나 사무직과 같은 분야에서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연결하는 능력은 직무가 변화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전면적으로 대체한다기보다,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가격 책정, 제품 기획, 마케팅 전략 등 거의 모든 비즈니스 결정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 인재는 기업 입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요한 판단을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에는 우려를 표하며, 인간의 판단과 인공지능의 보조 역할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래들로우 교수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의 형태는 변화해 왔으며, 인공지능 역시 같은 흐름 속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던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을 뿐이며, 이는 인간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